go with you

w. 구름










도시를 무겁게 감싸 안고 있던 공기가 사라졌다. 시민들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원인이 사라지자 둔탁한 소음이 난무하던 공간이 진정되었다. 사태가 진정되어 가자 토니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계심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스티브는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의 신경은 적이 날뛰던 방금 전보다 더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분명 눈으로 보이는 장면은 끝을 알리고 있는데 스티브의 감각은 그렇지 않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스티브는 방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줬다.

“로키!”

거센 돌풍이 일었다. 잔잔하다 못해 고요했던 공기의 흐름이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스티브의 예감이 맞았다. 엄청난 힘이 로키를 감싸 안고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얼음과 눈보라가 로키를 감췄다. 급변한 상황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토르가 로키와 함께 나타났을 때, 아니 그들과 함께 지구를 침범한 적에게 맞서겠다고 했을 때 거절했어야 했다. 뉴욕사태의 주범인 로키가 쉽게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토르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었더라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뭐야, 아직도 지구를 침략하겠다는 야심을 못 버렸어?”

빈정거리며 로키를 막기 위해 상황을 정비하는 토니와는 달리 하얗게 질린 얼굴의 토르는 별다른 대응을 준비하지 못했다.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지구의 것이 아닌 게 분명한 힘을 구사하는 적을 맞설 때만해도 로키는 의사를 가지고 자신의 힘을 제대로 제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로키는 제 힘을 자신의 뜻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키의 마력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었다. 갑자기 폭주해버린 로키를 보고는 토르는 묠니르를 휘두르며 장벽을 뚫고 로키에게 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토르는 그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다.

“괜찮아?”

스티브가 장벽에 막혀 튕겨져 나온 토르의 앞을 막아섰다. 토르를 향해 쏟아지는 냉기를 막으며 스티브는 뒤를 돌아봤다. 토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로키가 위험해.”

토르의 말에 스티브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 이 상태라면 로키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토르! 막을 방법 없어?”

어떤 시도에도 쉽게 뚫리지 않는 힘의 장벽에 멤버들의 표정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힘의 원천인 로키를 제지해야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한기를 막을 수 있을 거였다. 로키에게 닿을 방법을 찾지 못한 멤버들이 토르를 찾았지만 토르는 생각에 잠겨 멤버들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 그런 토르를 본 스티브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가로막고 있는 힘에 몸을 부딪쳤는데 생각보다 쉽게 장벽이 갈라졌다. 다른 사람들이 고전한 것이 연기였던 것처럼 스티브는 큰 어려움 없이 얼음조각이 날아다니는 눈보라를 뚫고 로키가 있는 중심부로 향했다.

“로키!”

스티브의 고함소리에 로키가 스티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스티브는 로키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스티브는 로키를 향해 그만두라고 소리치며 그에게 다가갔다. 로키의 힘은 스티브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스티브가 로키에게 가까이 갔을 때 스티브는 로키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초점 없는 흐린 눈동자가 스티브를 향해 있었다. 스티브는 로키를 설득하려는 생각을 지웠다. 어떤 말을 하던 로키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었다. 스티브는 로키를 결박하기 위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티브의 손이 로키에게 닿았을 때 로키의 몸이 힘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스티브는 반사적으로 로키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로키?”

눈보라 속으로 스티브가 사라진지 얼마 되지 않아 난리를 피우던 로키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세차게 불던 바람이 멈추고 끝도 없이 떨어지던 기온이 정상을 향해 움직였다.

로키를 감싸고 있던 눈보라의 장벽이 사라지자 그 안엔 얼빠진 얼굴로 로키를 끌어안고 있는 스티브가 서 있었다. 잔잔해진 힘의 파동 속에 서 있던 스티브는 멤버들이 다가오자 정신을 차렸다. 의식이 없는 로키를 고쳐 안으며 스티브는 토르를 쳐다봤다. 토르의 시선은 로키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토르는 로키를 받아들겠다고 스티브에게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스티브도 토르에게 로키를 건넬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캡틴, 지금부터 저희가 맡겠습니다.”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스티브의 품에 있는 로키를 인도하기 위해 그에게 요원들이 다가왔다. 하지만 스티브는 요원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토르는 스티브의 행동을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다른 멤버들은 그렇지 않았다. 스티브는 자신을 향한 멤버들의 시선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로키를 놓아주면 방금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지금도 캡틴이 딱히 그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

단정에 가까운 가정에 토니를 비롯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을 했지만 스티브도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순 없었다. 그도 그저 자신이 로키에게서 떨어지면 로키의 힘이 다시 폭발할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을 뿐이었다. 스스로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감각에 스티브는 갑갑한 얼굴로 미소를 띠웠다.

 

Posted by 우훗우훗
:

카테고리

VIEW (11)
(9)
그림 (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