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이야기

w. Alett





warning  동의없는 성행위, 신체훼손







모든 적들을 무찌른 스티브의 기세는 당당하였다. 그러나 천군만마를 얻은 표정치고는 전혀 기쁜듯한 기색이 없었다. 많은 적들의 피를 흠뻑 적시고 오는 기분은 그리 좋지는 못해서 국민들의 환호소리는 머리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음과도 같았다. 그는 피곤했고 얼른 씻고싶고 자신의 폐하, 로키를 만나고 싶었다. 저 높은 자리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있는 고고한 나의 폐하를 보고싶다. 


너른 궁전 대리석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 위에 당당한 걸음걸이, 황금과 말라카이트를 깎아 커다란 나무를 조각하여 화려히 꾸며진 알현실의 문 앞에 선다. 문지기가 큰 소리로 승전보를 세운 스티브 장군이 왔다고 폐하께 알린다. 


“폐하, 스티브 로저스 대장군께서 납셨습니다!” 

“들라 하라.”

“예, 들어가십시오.”


왕의 허락이 떨어지고 문지기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의 전장에서 그리워하던 그를 뵙는 길을 천천히 들어선다. 녹색 휘장이 바람에 산들히 휘날리고 상큼한 포도향이 옅게 흐르는 그리운 이곳을 몇 달이나 기렸던가. 죽음은 두렵지않으나 오로지 폐하를 위해서라면 이 전쟁에서 이겨 돌아가야했었고 필사적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본디 유능한 장수라 걱정은 안되었지만 자신이 패배한다면 나의 왕을 지킬수 없지않은가? 지난 날을 회상하며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른다. 왕좌에 앉아있는 검은 곱슬머리, 문에 조각된 말라카이트를 빼닮은 초록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있었다. 오랜만에 그 눈에 매료되어 저도 모르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꿇는다.


“신! 스티브 로저스. 전쟁의 승리를 등에 이고 고귀한 로키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일어나거라.”

“예, 폐하.”

“너희들은 물러나라.”


꿇었던 무릎을 세워 일어선 스티브는 그의 손짓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들어 왕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코앞까지 다가오자 로키는 주위의 신하들을 손짓으로 물러나게 명하였다. 가벼운 발소리가 멀어지자마자 로키는 농염한 미소를 지으며 스티브에게 팔을 벌린다. 스티브는 그의 어리광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와락 그를 안는다. 진하게 포옹하고 입술로 그의 뺨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 


“스티브 어서와. 보고싶었어.”

“로키. 나도 보고 싶었어요.”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줄은 몰랐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잖아요.”

“흥, 그렇지만 네가 전장에서 죽었을까봐 걱정되서 잠도 못잤어. 내 얼굴 좀 봐 얼마나 푸석푸석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우신걸요.”


Posted by 우훗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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